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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가의 탈을 쓰고 세금 낭비하는 약장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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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강력한 평가시험 제도를 도입해야한다.

대한민국은 창업의 전성시대다.

2025년도 대한민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창업 지원에 사용한 총예산은 3조 2,940억 원이다. 정부와 각종 기관은 혁신기업을 육성한다며 실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AI 와 같은 키워드는 그 중심에 있다. 사업계획서에 '인공지능 창업' 이란 키워드가 들어 있으면, 그들의 학구적 백그라운드가 어떻든, 해결하려는 문제가 뭐든 간에 기술 투자와 지원사업의 문이 너무 쉽게 열리는 시대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AI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만든 지원제도가 AI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가장 잘 포장하는 사람들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업 생태계 곳곳에는 기술도, 시장도, 고객도 이해하지 못한 채 스타트업 대표 명함부터 만든 사람들이 넘쳐난다. 비디오 영상만 있으면 빅데이터로 모아 돈을 만들 수 있고, AI 를 사용하면 뭐든 분석하고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온 인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창업가들이 우리 사회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창업경진대회 발표장면

스스로를 AI 혁신가라고 소개하는 상당수의 창업가는 아이러닉하게도 그들이 말하는 AI가 Actually Idiots인지, Artificial Intelligence 인지 구분을 못하는 것 같다. 혁신가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지 근거 없이 상상 속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일단 시작하고 적당한 CTO를 모시면 된다는 조쏘기업 대표님들께 물어보고 싶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Exit 성공 사례, 유튜브에서 들어 본 인공지능 이야기, ChatGPT에게 물어본 단편적 산업 트렌드로부터 영감을 얻으셨다면,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왜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AI 사업은 파워포인트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투자 유치 발표장에서 "AI", "빅데이터", "에이전트", "플랫폼" 같은 단어를 반복한다고 기술 기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 정의, 데이터 확보, 모델의 한계에 대한 이해, 운영 비용 계산, 시장 검증,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재와 조직이 필요하다. 정작 CTO가 어떤 기술적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하는 사람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CTO를 구한다는 말은, 엔진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자동차 회사를 창업하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자는 사업계획서의 빈칸을 채워주는 마법사가 아니며 창업자의 공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사람도 아니다.

창업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 WHY에 대한 고민조차 없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검증은 차치하고 일단 정부 지원금부터 받아보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공한 기업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동경하며 명예욕에는 불타지만, 정작 자신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고객이 왜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시장은 왜 그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와 같은 사업의 핵심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식의 깊이가 얕으니 목표를 세울 수 없고, 목표를 세울 수 없으니 사업 계획은 논리가 아닌 상상력에 의존하게 된다. 그 수준은 마치 1960~70년대 시골 장터의 약장수가 정체불명의 물약 하나로 만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떠들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그들은 천문학적 세금을 낭비하진 않았다.

약 100년 전 조쏘기업 전신

이들의 이러한 착각이 국가 지원금과 만나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창업이 아니라 창업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시장이 없거나 작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사업계획서만 만들어 내면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들끼리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고객을 찾는 대신 다음 지원사업을 찾고, 제품을 만드는 대신 다음 발표자료를 만들고, 시장을 분석하는 대신 다음 과제 공고를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지 생각해보자. 세금을 낸 국민? 물론 그것도 무시할 수 없는 피해다. 하지만 더 큰 피해자는 그 회사에 입사해 자신의 가장 생산적인 시기를 그곳에 투자하는 구성원들이다. 그들은 정작 현실에서 제품과 경쟁력이 아닌 지원사업과 그 과제물 검사를 책임지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남는 것은 축적된 경쟁력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경력과 허탈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처음부터 검증되지 않은 환상과 근거 없는 자신감 위에 세워진 조직이 타인의 시간과 커리어까지 소모시킨다는 점은 공분을 사고도 남는다. 땀흘려 일해서 보람과 결과를 얻고자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들이 무지몽매한 약장수들의 사장놀이에 끝없는 삽질의 희생양이 되는 일이 더 이상 계속되어선 안된다.

Raise the bar

조쏘 PD수첩이 제시하는 대안은 의외로 단순하다. 창업 지원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 자격 평가시험을 도입해 가벼운 세치 혀만 놀리는 약장수를 걸러낼 최소한의 검증 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AI 분야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CEO가 되었든 CTO가 되었든, 기술을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주장하는 기술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최신 연구 동향과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도, 기술적 한계에 대한 인식, 실제 구현 가능성에 대한 판단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적어도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AI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말 한마디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는 의사 면허 없이 수술을 집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건축 자격도 없는 사람에게 다리를 설계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유독 AI 창업에서는 기술을 이해하는지조차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혁신가라는 이름으로 지원금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기술을 주장하는 자는 기술 시험을 통해 그 능력을 객관화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한가? 지금처럼 객관적 검증 없이 화려한 언변과 포장 능력만으로 지원금을 배분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혁신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약장수를 양산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게 될 뿐이다.

당신이 이런 유사한 조쏘에 다닌 경험이 있다면, 이런 창업 문화와 조쏘 PD 수첩의 대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댓글로 남겨달라.